2013년 11월 15일 금요일

[화이 : 괴물을 삼킨 아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담긴 로맨스 Hwayi : A Monster Boy ( 2013)




초등학교 당시, 지구를 지켜라라는 영화에 대한 소식과 평을 보면서 호기심을 가졌던 저는 이 영화의 마케팅을 당시의 어린 시선으로 볼땐 굉장히 코미디가 듬뿍 담겨진 신하균의 원톱 영화라고 생각했었습니다만, 이 영화에 대한 평과 "마케팅에 낚이지마라" "마케팅이 영화를 망쳤다"고 했었을 당시, 청소년 관람불가인 이 영화에 대한 호기심이 올드보이만큼이나 강력했었습니다. 그리고 이르러 올드보이와 지구를 지켜라의 DVD를 감히 중학생때의 나이때 보게 됬는데, 정말 망치로 뒷통수를 얻어터지는 듯한 느낌이였다랄까요.


그 만큼 강렬한 두 영화였었고, 이 두영화는 폴 버호벤과 리들리 스콧의 SF영화 이래로 제게 충격과 공포로 남은 한국의 R등급 영화였습니다. 정신이 멍해졌었다랄까요. 하지만 그러한 영화적 퀄리티에 비해 극단으로 다른 결과가 나왔던 두 영화였기에, 지구를 지켜라는 정말 흥행이 잘됐었어야 했지않았을까 싶었던 충격적이고 철학이 담긴 감독의 냉소적인 표현이 서늘할 뿐만아니라 소름이 돋기도 했고, 파국을 향해 달려나가는 캐릭터들의 공멸을 향한 전력질주 [이동진 평론가 님과의 느낌이 너무나도 잘맞았던 것 같습니다]가 압권이였던, 그렇기에 백윤식과 신하균이라는 배우의 인상이 어릴적부터 무섭게 박혔었습니다.



그렇게 성인이 되고, 지구를 지켜라라는 비운의 걸작이후 돌아온 장준환 감독님. 충무로의 각본 저장소라고 불리실 만큼 다양한 각본을 가지셨다고 유명하신 감독님의 독특한 차기작인 화이는 그렇기에 정말 기대가 됬었습니다. 결과는, 역시나 였습니다. 지구를 지켜라 이상으로 개인적으로 망치가 아닌 두텁고 날이 선 펜치로 명치를 쥐어 터진 듯한 느낌이였습니다.



그 만큼 강렬했고, 더군다나 여진구라는 배우의 괴물같은 연기가 너무나도 소름이 끼칠 정도로 훌륭했던 영화였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에 대한 결론적인 느낌은, "피범벅된 신화적 모티브가 담긴 스릴러 속에 감춰졌던 로맨스"였습니다. 마치 악마를 보았다 속 장경철의 활화산같이 폭팔하는 광기가득한 폭주 속에서 그 자체로 차력을 뿜어내며 고함을 질러대는 괴물을 보는 듯한, 그 자체로 영화 자체가 괴물같았었습니다. 그리고 정말 이 만큼 로맨틱하면서도 잔혹한, 무진장 아픈 성장통이 담긴 성장이야기는 전무후무할거라고 개인적으로 생각 중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한가놈 닮은 정두홍 무술감독이 참여한 만큼 무진장 무지막지하면서도 강력하며 대담한 총격전과 추격전, 그리고 선혈낭자한 라스트 스탠딩 등은 정말로 장면 마다담긴 그 액션의 카타르시스와 스타일리쉬함, 그리고 수위높은 아찔한 장면들의 연출들은 다양한 맛이 담겨져있으면서도 훌륭했었습니다.


그리고 자신 안의 내면에 있는 나약함으로 인해 표현되는 '괴물'의 모습들은 정말로 소름끼치면서도 CG가 너무나도 자연스러웠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괴물들의 모습에서 지구를 지켜라가 너무나도 겹쳐지더군요.] 괴물에 두려워 하는 순수함이 아닌, 점점 파국에 치닫게 되면서 괴물을 마주하며 집어 삼켜버리는 화이의 모습은 그 괴물의 모습보다도 더 어떤의미로 무서웠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화이에 나오는 배우들의 연기는 정말 다양한 재료를 맛보는 듯한 개성이 담긴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어 훌륭했습니다. 특히 범죄자 아버지 5인방 '낮도깨비'들의 연기가 장난이 아니였는데요, 김성균은 말할 것도 없이 정말로 능글맞은 순수한 '악'이였으며, 조진웅은 정말로 순진한 면모가 있으면서도 약한 아버지의 모습이 보이기도 했고, 박해준은 기대 이상의 킬러같은 면모와 짧지만 정말 부정이 담겼던 이성적인 아버지인 진성을 맡은 장현성 역시 제 몫을 다했습니다.



그리고 아역에서 벗어나, 화이라는 그 자체의 역으로 스크린에 주연으로 첫 데뷔한 여진구의 괴물같은 연기는 파괴력이 어마어마했으며,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담아 부모님에 대한 혐오와 애증의 갈등과 처절한 분노와 오열이 담긴 울부짖음을 연기했는데, 올해 본 영화의 배우들 중 단연 정말로 인상깊은 소년 배우였었습니다. 정말로 잘 큰 배우이고, 연기가 너무나도 어마어마 해서 앞으로의 차기작들에서 연기할 그의 작품들이 기대가 됬습니다.



그리고 언급 안해선 안될 김윤석. 황해 이래로 이런 서늘한 기분을 선사해주는 배우는 몇 없었는데, 그런 느낌을 본인이 이 영화에서 다시금 느끼게 만들어줍니다. 정말로 냉혈한이면서, 거침없는 그의 모습은 면가를 연상케했지만, 결국에 그의 마지막의 어긋난 부정과 사랑은, 결국 잘못된 집착이였으며 그는 괴물을 이겨 괴물이 된 것이 아닌, 괴물에 삼켜져 괴물이 된, 약했기에 그 자체로 악을 안에서 토해내버리는 캐릭터였기에 잔인하면서도 무섭지만 여운이 많이 남던 캐릭터였습니다.



그리고 의외였던 박용우, 김영민, 유연석, 이지은의 연기는 훌륭했었습니다. 이 영화에 숨겨진 보석이였던 것 같습니다.



설국열차 이후로 몇달 만에 다시 이 영화에서 차갑게 가라앉은, 그리고 뜨겁게 두근거리는, 그리고 마구 곱씹게 만드는 기분을 다시금 느꼈습니다.



올해 제가 만점이라 생각한 영화가 설국열차였는데, 아쉽게도 화이는 만점까지는 아니지만 높은 점수를 주고싶습니다. 10점만점에 9점에서 8점 사이.[10점만점에 1점 아쉬웠던 영화는 퍼시픽 림과 맨 오브 스틸.] 8점 영화가 된다면 테러 라이브처럼 그 수준의 추천해드리고싶은 영화가 되겠네요.



극구 추천해드리고 싶은 올해의 강렬했던 영화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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